지난 7월 16일,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생물해적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생물자원과 다양한 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많은 해외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하고 생물해적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공표했다.
신규 법안 주요 내용
- ① 해외연구자는 반드시 인도네시아 과학자를 동등한 파트너로 참가시켜야 한다.
- ② 연구 시작 전, 인도네시아의 검토위원회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허가를 받지 않고 연구할 경우, 5년간 블랙리스트에 등록되며 재범의 경우 290,000 USD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③ 모든 연구는 ‘인도네시아에 유익’해야 하며, 1차 데이터와 출판된 논문을 인도네시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 ④ 해외 연구자는 인도네시아 연구실에서 수행할 수 없는 연구를 제외하고는 인도네시아 샘플을 허락 없이 반출할 수 없으며, 반출을 원할 경우 정부에서 규정하는 물질이전계약서(MTA)*를 작성·제출해야 한다.
*MTA: Material Transfer Agreement, 물질이전계약
인도네시아 연구기술고등교육부(RISTEK)*의 연구개발국 국장 무하마드 딤야티는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을 보호하고 연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법안을 통해 메갈라라 가루다(Megalara garuda)같은 생물해적행위 사례가 벌어지지 않도록 생물주권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RISTEK: Research development at Indonesia's Ministry of Research, Technology, and Higher Education
메갈라라 가루다는 201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UC Davis 대학 린 킴지 교수에 의해 신종 왕말벌로 보고되었다. 당시 인도네시아 국립과학원 소속의 우바이딜라 박사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으며 신종 왕말벌 학명으로 인도네시아 국가 상징이자 신화 속 새 형상의 신 가루다를 추천하였다. 그러나 킴지 교수의 논문에는 우바이딜라 박사가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가지 못했다.
이러한 생물해적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연구자에게 엄격한 요건을 명시한 신규 법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물자원 연구에 참여한 바 있는 프랑스 국적의 필립 보르사 박사는 “이제 인도네시아는 연구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네덜란드 자연보존론자인 에릭 메이저드는 “연구는 특성상 그 결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예측할 수 없는데, 인도네시아에 ‘유익한 연구’라는 정의는 너무 불명확하다.” 라며 인도네시아의 법안에 대해 의견을 표했다. 인도네시아 내의 연구자들도 “신규 입법으로 인해 국제 연구 협력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시사점
인도네시아는 17,00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생물다양성 부국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인도네시아 생물종, 잠재성을 지닌 유용 생물자원 등을 연구하기 위해 매년 해외 연구자들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있다. 이번 입법은 인도네시아 내에서 생물자원을 연구하는 해외 연구자들에게 연구 시작 전 허가증 획득 및 현지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어 우리 기업 및 연구기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인도네시아 연구기술고등교육부 홈페이지에는 해외 연구자 대상 온라인 허가증 신청(https://frp.ristekdikti.go.id)이 안내되어 있으며 물질이전계약(MTA) 양식도 다운로드할 수 있다.